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2/09/14
Photo by Pascal van de Vendel on Unsplash

겁이 많다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말도 된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겁이 많았다. 또래 아이들이 해봤을 법한 도전들을 전혀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놀이터에 있는 철봉에 매달리는 것이라든지, 정글짐 맨 꼭대기 위에 올라가 보는 것이 그렇다. 보통의 남자아이들이 어지간하면 해내던 것들을 나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놀이에 불과한 아주 쉬운 도전도 겁이 많아서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도전을 못하니 성취감이나 성공의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 길도 없었다. 그냥 학교만 왔다 갔다 했고 늘 자신감이 없었다. 
 
  꽤 흔했던 태권도, 피아노, 미술 학원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딱히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아이들을 학원에 너무 보내서 문제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 안 해봐서 문제였다.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교 공부조차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뭐라도 해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랬다면 소질에 맞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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