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갈구며 물고 물리는 '외계어' 비유에서 빠져 있는 한국어- 한국어는 세계공용어가 아니라 '아싸'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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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ist96 · 호기심 많은 기후생태활동가이자 한의사
2023/02/03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져 간다는 소식에 ‘그럼 한국어도 세계 공용어가 되는 날이 올까요? 우리가 외국어 공부를 안 해도 되는 날이 올까요?’라는 희망을 피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은 그냥 장난삼아 해보는 생각이겠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순수한 영혼도 간간히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공용어는 공식언어라는 의미라, 정확하게 말하면 ‘공통어(lingua franca)’라고 해야겠지만, 공용어가 널리 쓰이는 용어라서 이 글에서도 공용어라고 표현했다.)
   
우선 한국어는 비교언어학적으로 고립어(언어형태학적인 고립어 isolating language가 아니라 비교언어학적 고립어 language isolate)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어와 비슷한 언어는 한국어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어를 트랜스유라시아어족에 속한다고 보는 학파도 있다. 2021년 네이처지 논문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에 이 어족의 언어들이 1차 분화되고 청동기 시대에 2차 분화되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어의 친척 언어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미 4~5천년 전에 분화하여 각각의 언어로 발전해온 것이라, 많이 상이하다. 훨씬 후대에 갈라진 인도유럽어족의 수많은 친족 언어들끼리는 비슷한 것과 대비된다. 인도유럽어족의 가까운 언어권에서는 서로 배울 때 고생이 덜하다. 몇몇 언어는 사투리 수준으로 비슷하다. 프랑스 사람이 이탈리아어 배울 때는 함경도 사람이 전라도 말 배우는 수준의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려워 봤자 서울 사람이 제주 말 배우는 정도.
   
그런데 한국어는 그나마 비슷한 언어라고 해봤자 일어나 몽골어 정도인데, 이 언어들도 확실히 외국어이지, 사투리 수준은 절대 아니다. 한국 사람은 다른 모든 언어를 배울 때 고생하지만, 전세계 모든 사람들도 한국어 배울 때 고생을 한다는 뜻이다. 한국어가 공용어가 되면 77억 지구마을 사람들이 힘들게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한국어는 비교언어학적인 고립어 또는 수천년 전에 친족어와 갈라진 외로운 언어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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