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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계절 (ft.그래서 우리나라 노벨상 언제받아요?)

!! 추가사항
제가 주말에 시험을 보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해 몇 시간 넘게 붙잡고 있다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원래 쓰려고 하던 내용들을 다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 내용을 답글에 장영실 얼룩커께서 잘 설명해주셨으니 꼭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영실 얼룩커께 고맙습니다. :)

작년과 마찬가지로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주에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 노벨 생리의학상이 모두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 이때쯤 되면 원래 언론에 우리나라 사람 중 누가 후보이고 누가 될 수도 있고가 도배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습니다. (네이버에 노벨 평화상은 있네요.)

다음 (10/9 오후 1시)

네이버 (10/9 오후 1시)
자연과학 분야의 발표가 끝나면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기초과학을 비판하고 왜 못받는건지도 기사가 많이 나와야하는데, 네이버와 다음 모두 포털에 노벨상 이야기는 거의 없더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에 대해서요! 다른 상은 저도 잘 해석하고 설명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학부생일 뿐이라, 틀릴 수 있다는 점! 이해해주세요. 지적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마나베 슈쿠로, 클라우스 하셀만, 조르조 파리시입니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수상 이유를 볼까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NobelPrize.org

Ill. Niklas Elmehed © Nobel Prize Outreach
(왼쪽부터 마나베 슈쿠로, 클라우스 하셀만, 조르조 파라시)

이 3명을 모두 관통하는 수상 이유는

“for groundbreaking contributions to our understanding of complex physical systems”

입니다. 즉, 복잡한 물리계(복잡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획기적인 공로를 제공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복잡한 물리계는 무엇일까요? 예를 들자면, 기체의 확산이나 액체의 흐름과 같은 유체의 운동, 즉 다체(n-body)문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로렌츠 시스템의 해, 대표적인 복잡계, 위키피디아 커먼 라이센스


생각해보세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책상 위에 컵이 있고, 그 컵에 물이 담겨있습니다. 그렇다면, 물리학적으로 책상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책상은 우리 눈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것 처럼 보일테지만, 우리의 콧김, 지구 중력 등 때문에 원자가 계속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상을 물리학적으로 어떻게 기술해야할까요?

원래 만들어졌던 책상에서 원자가 대략 10 x 10^23개가 떨어지지 않으면 책상이라고 해봅시다. 오차를 +- 10 x 10^23개 내외에서 책상을 이루는 물질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책상인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통계적으로 책상의 상태를 정의해봅시다.

그렇다면, 물과 컵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물이라는 물질과 컵을 이루는 유리 사이의 경계는요? 컵은 우리가 앞에서 사용했던 정의를 사용해서 그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유리 원자가 물속으로 풀어져서 녹거나, 일정 이상 중력에 의해 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컵을 정의할 수 있을겁니다. 컵과 책상 모두 단단하고 원자 사이가 고정되어 있어서 아주 극소수의 주위의 원자들과만 상호작용합니다. 옆집이 얼마나 다닥다닥 붙어있는지 더 넓은 동네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 감이 올까요? 그러니깐 가장 가까운 원자끼리만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는 물을 기술해봅시다. 물은 수많은 원자들이 우글거리고 있고 무작위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 원자는 너무 자유롭고 액체답게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우리가 물을 마시고 물에서 놀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심지어 이들은 어찌나 계획이 없는지 아무데나 놀러갑니다. 원래 친구들과도 헤어지는데 꺼리낌이 없어 다른 친구들(공기)과 놀기 위해서 날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의 상태(모양, 온도 등)을 어떻게 기술해야할까요?

우리가 표본집단으로 인구조사를 통해 평균값을 내고 정책에 활용하듯이, 우리도 물 입자의 평균적인 상태를 측정해서 필요한 것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같은 값을 계산해서 얘네가 어떤 값의 범위 안에 어떻게 행동할 것이고, 어떤 온도 이상이면 이만큼 증발할 것이라고 "평균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개별 입자들의 행동은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유체(액체와 기체같은 흐를 수 있는 물체)가 대표적인 복잡계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예를 들자면, 만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역학조사가 쉽지가 않고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복잡계를 다루는 분야가 통계역학입니다.

물론 현대에 다루는 통계역학은 이것과는 매우 다르지만 설명을 위해서니 지나가던 이과분들은 부디 분노를 거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많이 다르지만, 시각적으로 보시려면 유튜브에 삼중 진자운동같은 다중 진자운동을 보면 느낌은 오실겁니다. 물리학적으로도 3체 문제(3개 이상의 물체가 상호작용하는 문제) 이상부터는 수치적으로(컴퓨터로 돌려서) 풀 수 밖에 없고, 엄밀한 해(참값)를 구할 수 없습니다.

복잡계에 대한 설명이 길었군요. 그렇다면, 이제 각각의 개별 수상 이유를 봅시다.

마나베 슈쿠로, 클라우스 하셀만의 수상 이유는

“for the physical modelling of Earth’s climate, quantifying variability and reliably predicting global warming”

지구 기후의 변동성을 정량화하고, 지구온난화를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물리학적으로 모델링

입니다.

조르조 파리시의 수상 이유는

“for the discovery of the interplay of disorder and fluctuations in physical systems from atomic to planetary scales”

원자에서부터 행성 규모까지 물리계의 무질서도와 섭동(변동들)의 상호작용 발견

입니다.

제가 이 수상 내용을 보고 정말로 놀랐던 이유가 있습니다. 뭐? 입자물리학이나 천체물리학 등 기초 물리학이 아닌 응용 지구과학분야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 정말로 버스 안에서 혼자 그랬습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노벨 물리학상 전체 22회 중 대략 15회 이상을 이 분야가 받아갔습니다. 입자가속기나 거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은 거의 뭐... 노벨상 제조기였죠.

아마, 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을겁니다. 마나베 슈쿠로, 클라우스 하셀만 박사님은 IPCC 보고서에 여러차례 등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절대 학부생 따위인 제가 이 업적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벨 위원회와 투표하는 과학자들의 의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여기에서 다루기도 적절치 않거나와, 물리학도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을 살아가기에 쓸모도 없으니 각각 한줄로 요약하겠습니다. (상식 퀴즈에서도 쓸모가 없을 겁니다.)

1. 마나베 슈쿠로, 클라우스 하셀만은 수상 이유 그대로 복잡계를 해석하는 것을 응용해 (지구도 당연하지만 대표적인 복잡계입니다!) 우리가 보는 기후 위기 시나리오를 쓰고, 99%의 신뢰도로 인류에게 기후 위기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데 공이 큽니다.
2. 조르주 파리시는 물리학과 수학뿐만이 아니라, 생물학, 경제학, 머신러닝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무작위적인 물질의 상태나 현상, 즉 복잡계를 기술할 수 있게 하는데 공이 큽니다.

여기까지가 2021 노벨 물리학상의 정말 간략한 요약입니다.

이제 이 질문이 나와야겠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은 언제나오나요?

이 질문에 대해서 저는 명쾌하게 "10년 안에는 반드시 나올겁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과학에 대해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냐구요? 절대 아닙니다.

[2021 예산안] 기초연구 투자 확대 기조 유지·IBS 연구운영비 증액 : 동아사이언스
정부의 과학에 대한 투자는 문재인 정부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현재는 추경 예산에도 포함돼 약 2조 2000억원에 달합니다. 2011년부터 만들어오던 중이온 입자가속기도 건설중에 있습니다. 여기에 투입된 제원만 해도 1조 4000억원입니다. (물론, 중이온 입자가속기는 새로운 입자를 찾아내는 용도는 아니고,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는 역할을 해서 용도가 제한적이긴 합니다.)

돈을 쏟아부으면 부을수록 당연히 결과도 좋아질것이고, 좋아지는 중에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즈음에 "아인슈타인이 틀렸나... 빛보다 빠른 입자가 있다"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1주일도 되지 않아 그 실험이 잘못이 되었고 결과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밝혀냈습니다.

물론, 맹점도 존재합니다. 연구 주제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기업의 투자가 정부의 투자보다 훨씬 많기에 기업이 먼저 바뀌어야합니다. 지난 2015 노벨 물리학상은 파란색 LED를 개발해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원들은 일본 기업 소속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을 먼저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기업의 투자가 훨씬 많기에 이것도 개선해야합니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미국의 페르미 연구소, 일본의 이화학 연구소가 몇 년이나 됬을까요? 페르미 연구소는 50년이 조금 넘었고,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이화학 연구소는 창립된지 10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국제 학계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인정받기는 조금 힘든 구조입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연구를 시작한지가 이제야 3-40년이 됬는데,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성과를 기대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 R&D 투자액이 GDP 대비 4.23%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제가 물리학 학술지를 읽으며 현재 동향을 알고 이것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알려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언젠가는 영화 <기생충>이 세계에서 인정받았던 것처럼 우리나라 과학자의 연구 성과가 세계에서 인정받기를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