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어릿광대 2

이종호 · 영어 번역가
2023/11/23
단편소설 - 탐욕의 어릿광대 2

한 달 가까이 단조로운 나날이 흘러갔다. 가끔씩 원장이 출근을 안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진완이 원장 대신 학부모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상담 전화인 경우, 원장이 일러준 대로 설명을 하거나 원장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으며, 원장이 출근해서 볼 수 있도록 메모를 남겨 두기도 했다. 설 연휴를 끝내고 출근한 날도 진완이 학원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무실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저희 애가 지금 중3인데, 외고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혹시 외고 전담반 수업도 하시나요?”
진완은 외고 전담반 수업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몰라 대답을 망설였다.
“죄송합니다. 원장님이 자세한 내용을 알고 계신데 지금 출타 중이시라서…. 전화번호 남겨 주시면 제가 원장님께 곧 전화 드리시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진완은 바로 원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을 전했다. 
원장과의 통화를 끝낸 진완은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둥근 테이블이 놓여 있던 맨 끝의 작은 강의실에서 나직한 말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창문 안쪽을 들여다보니 한 젊은 여선생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원장으로부터 다른 선생님이 더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한 진완은 그 여선생이 누구인지 약간 궁금해졌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한산한 지하철역을 빠져 나온 진완은 우산을 받쳐 들고 바쁜 걸음으로 학원을 향해 걸었다. 그는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중학생 용욱이 등 몇 명의 학생들을 오늘 따로 불러 보충 수업을 해줄 예정이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선 진완은 학원이 평소와 달리 소란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무실 안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진완은 유리창을 통해 사무실 안에 어떤 아주머니와 원장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아주머니는 계속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고 누군가와 끊임없이 통화를 했다. 통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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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석사. 안산1대학교와 대림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다수 매체와 기업체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잘난 척하고 싶을 때 꼭 알아야 할 쓸데 있는 신비한 잡학 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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