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2023/06/11
퇴원한 뒤에 내 일상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이 시리즈의 첫 글에서 말했듯이 시금치를 데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마트에서 시금치나 취나물을 사서 데쳐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이 아주 익숙해졌다. 나물반찬 하나로 내 건강이 얼마나 바뀌겠냐만 식탁에 푸른 반찬이 하나 추가됐다는 사실 자체에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다. 나이 들어서 그런지 내 몸이 나물을 원한다는 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 욕구를 이제 일부나마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하나 마련한 것은 장조림이었다. 장조림은 병원밥 식단에서 늘 나오던 메뉴였다. 사실 내가 병원식을 많이 먹지는 못했다. 2주일 입원하는 동안 처음 일주일은 물도 못 마시는 강력한 금식조치가 취해졌고 며칠 뒤엔 수술까지 한 까닭이다. 내 병원식은 저지방식이었다. 밥과 국, 나물, 장조림, 생선조림이 기본 구성이었다. 고기를 먹더라도 지방이 없는 살코기 중심의 요리, 생선을 먹더라도 구이가 아닌 조림요리를 먹는 게 좋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나중에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니 음식을 굽는 것보다 찌는 것이, 고기를 먹더라도 삼겹살보다는 목살, 등심보다는 안심이 더 좋다고 한다. 

삼겹살과 등심을 끊으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삼겹살 먹는 횟수를 줄이고 장조림의 횟수를 늘리는 건 가능할 것 같았다. 장조림은 아직 내가 시도해 보지 않은 요리였다. 조리법을 찾아보니 그리 간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장조림은 인터넷을 통해 가공품으로 준비했다. 

생선조림은 아주 가끔 직접 해 먹는 요리이다. 아주 가끔 먹는 이유는 조리가 쉽지 않아서이다. 무엇보다 비린내를 잘 잡는 것이 어렵다. 최악의 경우 양념을 많이 해도 비린내는 잡히지 않고 전체적으로 짜고 맵기만 한 때도 있었다. 남들 하는 대로 쌀뜨물에 생선을 담가 두기도 했었지만 그리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가성비만 따지자면 역시 조림보다는 구이이다. 달리 준비할 것도 없고 바싹 잘 구우면 비린내도 덜하고 맛도 더 좋다. 조림을 하려면 양념도 준비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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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물리학자입니다(jongphil7@gmail.com). 유튜브 채널 “이종필의 과학TV”(https://c11.kr/1baom)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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