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5/08
동네에 이팝나무가 살고 있습니다.
왜 저런 곳에 살고 있을까 할 정도로 외지고 햇살이 잘 들지 않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나무 앞으로 재활용을 버리는 작은 공간이 있고 그 앞으로 주차관리를 할 수 있는 작은 컨테이너 박스가 있습니다. 이팝나무는 멀리 보아야 보이는 나무인데다 나무 아래 있었던 자동차들은 떨어진 꽃잎들로 나무 아래를 지나왔거나 나무 아래 정차해 있었던 것을 꽃으로 증명합니다.
   
어제는 이팝나무 아래를 지나왔을 노란색 어린이집 버스에서 빗물에 달라붙은 이팝나무 꽃잎을 보았는데 네 개의 날개를 가진 아직 이름도 없는 날벌레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바람이 등에 업고 있던 포대기를 살짝 들춰보면 빗물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잠들어있습니다. 
비가 오기 전 하늘엔 구름이 생기는 법입니다. 한동안 먼 하늘부터 머리 위까지 구름이 뒤덮여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엔 드디어 오월스러운 아침입니다. 가장 멀리 보이는 하늘부터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까지 구름 한 점 없습니다. 아직 젖어있는 땅을 제외하곤 햇살로 눈이 부신 아침입니다.
by적적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언제나 겨울이었다
2.4K
팔로워 789
팔로잉 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