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꿈 이야기 - '첫 수업'

안주영
안주영 · book editor & writer
2024/02/16
또 늦어 버렸다.

수업 시작 시각은 이미 20분이나 지나 있었다. 두 다리는 조급한 마음처럼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았고, 항상 제자리에 꽂혀 있던 교사용 지도서도 보이지 않았다. 나보다 한참 어린 동료 강사들이 허둥대는 나를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원장 선생님의 불편한 시선도 뒤통수에 날카롭게 꽂혔다. 하지만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학생들의 눈빛이 두려울 뿐이었다. 

첫 수업. 나만의 강점을 내세워 내가 꽤 괜찮은 강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 더구나 오늘은 지각까지 했으니 늦은 만큼 채워야 할 것이 많았다. 
조심스럽게 강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눈빛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염려와는 다르게 호기심, 놀람, 어색함, 반가움 등 각자의 감정을 품고 다양하게 빛나던 시선들. 찬찬히 둘러봐도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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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의 꿈 이야기> <한국현대소설 이야기> <한국고전문학 이야기>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 <한국 현대문학사를 보다> 등을 썼습니다. 📚 <독도박물관 이야기> <한국사를 보다> <서양미술사를 보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등 130여 종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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