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5/29
*사진출처: Photo by Alvan Nee on Unsplash


어릴 때 동네에서 개를 키울 때는 보통 마당에 두고 키웠다. 평상시에는 개집 근처에 묶어 두지만, 오후쯤 되면 풀어놓는다. 지금처럼 주인이 개를 산책시키는 문화는 부유층에서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본 게 전부였다.

보통 사람들이 살았던 우리 동네에서는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어느 시간이 되면 이 집 저 집의 대문이나 한쪽 구석에 있는 개구멍이 열렸다. 그러면 약속이라도 한 듯, 개들이 대문과 구멍을 통해 골목길로 나왔다.

보호자도 없고 목줄도 없는 개들은 지 세상 만났다는 듯 꼬리를 마구 흔들며 뛰어다녔다. 옆집 흰둥이, 뒷집 누렁이 할 것 없이 킁킁 거리며 동네를 누빈다. 그러다 전봇대 옆에 실례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었다. 

덕분에 우리 동네 골목길은 지뢰밭이 되곤 했다. 목줄도 안 한 자유로운 개가 스스로 배변 봉투를 챙겨 나왔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다닐 때마다 주의해서 걷는 수밖에 없었다. 

방심하다가 개똥을 밟는 일이 제법 있었는데 그날은 운동화를 빨지 않고는 못 배겼다. 신발에 묻은 똥을 아무리 열심히 털어내도 그 냄새는 도통 가시질 않았기 때문이다. 애당초 밟지 않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그렇다고 개들이 마냥 골칫거리만은 아니었다. 그 시절의 개들은 뭐랄까, 골목의 풍경을 그리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구성원이었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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