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떠올려보는 한국판 '쉰들러' - 현봉학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6/05
흥남철수 때 빅토리아 호 앞에 모인 피난민들. 사진 출처- 현봉학박사기념사업회

흥남부두에서 9만 8천 명을 피난시킨 주역, 현봉학(玄鳳學, 1922~2007)
   
<굳세어라 금순아>
(1953. 강사랑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드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철의 장막 모진 설움 받고서 살아를 간들
천지간에 너와 난데 변함 있으랴
금순아 굳세어다오 북진 통일 그날이 되면
손을 잡고 울어보자 얼싸안고 춤도 춰보자

   
굳세어라 금순아 VS 고리타분한 이야기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을 꼽으라면, 1951년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생(生)과 사(死)를 가르는 결단과 앞날을 예견할 수 없는 머나먼 여정, 같은 민족끼리의 치열한 전쟁 등 평시라면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비극적이고도 운명적인 요소들이 넘치도록 많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 최고의 인기가수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에는 흥남 철수 피난민의 고달픈 삶과 고향에 대한 애수가 잘 드러나 있다. 극적으로 살아남았다는 다행의 심정과 가족, 연인을 두고 떠나온 이가 느끼는 애상이 뒤섞여, 노래 한 곡에 피난민들이 공감할 휴먼드라마를 모두 담아냈다. 

한편, 흥남 철수 작전은 어르신들의 가장 전형적인 ‘왕년 레퍼토리’로 취급돼, 젊은 사람들은 ‘1.4 후퇴’니 ‘흥남 철수’니 하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는 경우가 있다. 그 세대 어른들은 술만 들어가면 대번에 “홍도야~”가 아니면 “금순아~”였다. 아무래도 “나 때는 말이야”의 단골 소재로 이만한 경험이 또 있기 힘들다. 어른들이 젊은이...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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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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