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딸들을 위하여
2024/04/06
교묘하고 부드럽게 본질을 흐리는 표현이 있다. 호남 지역에 대한 다른 지역민들의 일방적 혐오를 ‘지역감정’이라 부른다거나, 가부장제 아래서 기혼 여성이 겪는 모멸을 ‘고부갈등’으로 퉁 친다거나, 남존여비 사상을 바탕으로 한 가정 내 성차별을 ‘남아선호사상’이라 돌려 말하는 것 등이 그렇다. 딸보다 아들이 좋다는 말은 짬뽕보다 짜장면이 좋다는 말처럼 가벼운 ‘선호’의 문제일 수 없다. 딸이 ‘아닌’ 아들을 원한다는 욕망은 결국 아들의 삶을 위해 딸의 삶을 버리거나 이용하거나 말 그대로 지우는 행위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종종 방영되는 드라마 <아들과 딸>(1992)은 한국 대중문화 영역에서 이른바 ‘남아선호’ 사상을 다룬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주인공 후남(김희애)은 7대 독자인 쌍둥이 남동생 귀남(최수종)의 그늘에서 차별받으며 자란다. ‘다음(後)에는 꼭 아들(男)을 낳는다’는 열망이 담긴 이름부터 후남을 위한 것이 아니듯, 그의 어머니는 쓸모없는 딸이 귀한 아들의 앞길을 막는다며 냉대하고 아버지는 방관한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후남이 인고의 세월을 거쳐 교사이자 소설가로 성공하고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는 과정을 그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평가된 이 작품을, 근 30년이 지난 뒤 다시 보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깊은 울림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읽으러 자주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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