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콘을 남기고 갔던 나치를 생각하며 - 광속과 양자의 시대에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가

이효근
이효근 · 정신과 의사
2024/04/07
1.
이 글에는 시골집, 노부부, 이콘(정교회에서 사용하는 성모나 예수, 성자의 그림), 그리고 서로 적군인 두 군대가 나온다.
2.
베라 사프로노브나 다비도바의 증언.
“... 어느 농가에 들어갔는데 아무 것도 없는 거야. 세간이라고 해봐야 여기저기 대패질 자국 투성이인 의자 두개 그리고 탁자 하나가 전부였어. 하나못해 물 마실 컵 하나가 안보이더군. 놈들이 있는 거 없는 거 다 가져간거지. 구석에 이콘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어. 그 위엔 수놓인 수건이 하나 걸려 있고.
농가 안엔 노부부만 앉아 계셨어. 우리 병사 하나가 군화를 벗었는데 발싸개가 얼마나 해졌던지 도저히 다시 싸맬 상태가 아니었지. 게다가 밖에는 비가 오고 길까지 진흙탕인데 군화마저 너덜거리고.
그러자 할머니가 이콘 앞으로 가시더니 수건을 내려서 그 병사에게 주셨어. ‘이보게. 그런 발로 어떻게 가려고 그래...’ 그 오두막에는 더 이상 남은 게 없었어.“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449 페이지
3.
2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 즉 독-소 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죽었던 전쟁이다. 독일군의 전격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소련군은 밀리고 밀려 유럽 러시아의 대부분을 점령당하며 패주한다. 슬라브 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독일군은 점령지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갖은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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