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책이라는 세계 - 그림책 만들기 트레이닝(문학과지성사)
2024/04/02
“엄마, 책은 어떻게 만들어?” 다섯 살 딸이 쉬고 있는 내게 물었다. 무방비로 코어 질문을 받은 나는 자세를 고쳐 잡고 “어~ 그러니까. 일단 써. 그리고 접어. 아, 아니다. 일단 종이를 반으로 접어 그리고 순서를 정해서 그 위에 써. 아, 아니다. 이게 아닌데” 뭔가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물론 나의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책이라는 걸 만들려면 원고가 있어야 하고 그 '원고'를 가지고 '편집, 디자'인을 해야 된다. 또는 이미 디자인된 구성에 맞춰 글을 쓰기도 하고, 비록 한 번 접은 총 4페이지의 종이라도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으로 분류되기도 하니 설명 자체는 맞았다고 본다. 하지만 어른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는 없는 걸까. 고민이 깊어졌다.
사실 어른이 책을 읽을 때의 경험은 어린이와 같지 않다. 어린이의 독서 경험이 축적되어 어른의 독서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린이의 독서는 독서 그 자체가 아니라 독서의 경험과 책의 문법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어른이 책을 잡고 ‘준비~ 땅!’하고 본론으로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좀 더 친절하게 독서의 길을 인도하는 세심한 편집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책 편집은 보기보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을 만들기는 하지만 어린이책은 거의 만들지 않았던 나는 또 모르는 세상이었다. 이는 내가 어린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어린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난 뒤에야 비로소 느끼고 보이게 된 것이다. 일단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는 ‘어린이책은 왜 거의 다 양장, 그러니까 단단한 커버를 갖고 있는가’였다. 어린이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단가, 가격 책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단순히. 그렇지만 아이를 키워보면 안다. 어린이책은 반드시 단단해야 한다. 아니면 사자마자 바로 표지가 분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서리는 왜 다 뾰족한가. 라운딩(둥글게) 할 수는 없는가’도 같은 이유이다.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어린이의 독서는 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