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규범을 거부한 노르마의 죽음
2023/10/28
빈첸초 벨리니 오페라극 <노르마> 한국 공연
19세기 초반의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는 ‘철학적 작곡가’라는 당대의 평을 들었다. 그런 벨리니는 자신의 작품들 가운데서 <노르마>를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내가 탄 배가 난파한다면 다른 오페라는 그냥 두더라도 <노르마>만은 구해내려고 애쓸 것이다."
19세기 초반의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는 ‘철학적 작곡가’라는 당대의 평을 들었다. 그런 벨리니는 자신의 작품들 가운데서 <노르마>를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내가 탄 배가 난파한다면 다른 오페라는 그냥 두더라도 <노르마>만은 구해내려고 애쓸 것이다."
10월 27일 저녁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한 <노르마>는 그런 말을 이해하게 만드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갖춘 예술적 품격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노르마> 공연이 있게 되면 프리마돈나를 누가 맡는가에 대한 관심이 따른다. 19세기에 인기를 구가했던 <노르마>가 20세기 들어 공연이 줄어들었던 이유로는 노르마 역을 소제대로 부를 수 있는 가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사정이 꼽힌다. 이 오페라에서 여주인공 노르마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벨라토 창법에다가 가장 고음역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요구된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여지원과 데시레 랑카토레가 날짜별로 번갈아가면서 노르마 역을 맡았다.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발탁했다는 여지원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랑카토레 또한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꼽힌다고 하길래 이날 공연을 찾아갔다. 역시 노르마 역은 아무나 맡는 것이 아니었다. 랑카토레의 가창력은 정말 대단했다. 1막 1장에서 나오는 대표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에서 매혹적인 노래를 들려주더니 내내 압도적인 성량에 고음역의 빼어난 아리아들을 들려주었다.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로마의 지배를 받는 갈리아의 켈트족은 드루이교의 지도바 오로베소와 그의 딸인 여사제 노르마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