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만 셀프, 따스함은 서비스.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4/01/28
셀프 주유를 마치고 주유캡을 잠그려는데, 뚜껑이 계속해서 헛돌며 잠기질 않는다. 내가 뭘 잘못한건가, 당혹감에 잠시 몸이 굳어버린다. 다행스럽게도 어느샌가 곁에 와 계신 셀프 주유소 사장님이 대신 주유캡을 잠가주며 마무리를 해 주신다.

"여자분들은 남자들이랑 다른가봐요."

주유캡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여자분들 중에서는 왼쪽으로 돌리는 분들이 많다며, 무엇때문에 다른 행동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는 사장님의 의문에 나는 그저 웃음으로 화답했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이후로도 종종 사장님은 '셀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신 주유를 해 주는 일이 빈번했다.

"정말 우리 막내딸 닮았다니까. 이제 열 살인데."

자주 얼굴을 마주치며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되었을 무렵, 사장님은 연신 자기 딸을 닮았다며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셨다. 사무실에 계신 사장님과 눈을 마주치면, 잰걸음으로 달려와선 늘 대신 주유를 해 주려 하신다. 가끔은 이미 주유가 끝났을 땐, 아쉽다는 듯한 말을 꺼내기도 하셨다. 대신 해 주고 싶은 마음이 크셨던 모양이다.

"고3 아냐? 어려보이는데. 우리 막내랑 똑같이 생겼는데."

다시 또 막내딸 얘기를 꺼내신 날, 따님이 어리다고 하지 않았어요? 라는 나의 질문에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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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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