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마주친 키아누 리브스

ACCI
ACCI · 글과 글씨를 씁니다.
2023/05/31
겨자꽃이 한창이다. ACCI PHOTOGRAPHY

여독이 풀렸다.

여행은 정말이지 집에 오기 위해 하는 것이다. 집에 오니 너무 좋다. 온 집안 살림살이의 안부를 물으며 오랜만에 오전 루틴을 끝내고 가뿐한 마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여행 후 왠지 색다른 산책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와 온몸이 대자유한 상태로 팔다리를 휘저으며 걷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네모낳게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으니 행복했다.

저수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신나게 걷다가 불현듯 지난 일주일간 야생에서 단련한 다리 근육을 최대한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알록달록 계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버레이크에서 활동하는 스트릿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모여있어 좋아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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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구간은 3 단계로 나뉘어 있다.

1 단계를 쉬지 않고 꼭대기까지 가면 숨이 차오르기 마련인데 왠일인지 멀쩡했다. 그런데 눈앞에 뭔가 비현실적인 것이 나를 가로막았다.

키아누 리브스.
그가 2단계 계단 입구에 걸터앉아 길을 막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든 생각은 '저 사람이 지금 내 2단계 계단 운동을 막고 있네' 였다. 그의 눈을 한번 쳐다본 나는 계단이 막혔으니 좌측 길로 방향을 틀어 걷기 시작했다.

방향을 꺾자마자 이차적으로 든 생각은 '저기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데 왜 멈추지 않았지? 나 저 사람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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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음악, 인문, 산책에 심취하며 캘리그래피와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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