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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극사실주의 연애 프로그램에 과몰입하게 되는 이유

오수경
오수경 인증된 계정 · 드라마 덕후이자 마감노동자
2023/10/09
alookso 유두호
파란만장했던 <나는 솔로>(이하 '나솔') 16기가 마침내 끝났다. 이 기간에 매주 수요일 밤부터 목요일까지 내가 속한 ‘단톡방’은 바빠졌다. 단순 시청 소감에서부터 인물에 관한 심층 토론, 각종 2차 콘텐츠에서 본 TMI 공유에 이르기까지 나와 지인을 포함한 대중은 제법 진지하게 <나솔>에 과몰입했다. 1기부터 애청했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인기 폭발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만의 길티플레저’에서 ‘모두의 연구 대상’으로서 <나솔>에 관해 대화할 동료가 생겨서 반갑기도 했다. <나솔>을 안 보던 이들도 16기를 통해 입문할 정도였으니 ‘나솔 현상’으로 명명될 만하다. 

이런 인기는 단지 ‘느낌적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입증되었다. <나솔> 16기 마지막 회는 평균 7.05%(수도권 유료 방송 가구 기준 ENA·SBS Plus 합산 수치)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7.93%까지 올랐다. 16기 이전 기수의 평균 시청률이 3% 후반에서 4% 초반이었던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마지막 회 본 직후 제작사인 '촌장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라방)’에서는 무려 25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다른 기수에는 5만 명 수준이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여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하필 <나솔>을 주목했으며 그중에서도 16기에 그토록 과몰입했을까?

왜 <나는 솔로>이며 왜 ‘16기’인가

1. 막장 드라마 

<나솔>은 연예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구조는 드라마 유사하다. 인물을 소개하고 상황을 설정하며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발단)’, 주인공들의 서사가 쌓이고 서로 엮이며 갈등하는 ‘승(전개)’, 오해와 갈등을 통해 위기가 생기고 (때로는) 파국적 결말로 달려가게 되는 ‘전(절정)’, 갈등이 어느 정도 정리되며 해피/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결(결말)’의 구성을 갖춘 드라마 말이다. 그렇기에 별다른 저항감 없는 몰입이 가능하다. 드라마로서 <나솔>의 장르는 무엇일까? 우선 패널들이 상황을 설명하고 추임새를 넣는 모양새는 마당극과 닮았다. 현대극에 비유하자면 ‘연애’ 드라마인 것 같지만 멘탈리티는 KBS 주말 드라마 느낌이고, 구성은 <사랑과 전쟁>의 시트콤 버전과 같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며, 같은 포맷에 구성원만 바뀐다는 면에서 <전원일기>와 같은 장수 드라마도 노려볼 만하다. 

그중 16기는 뭐랄까...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다른 인물의 비중을 줄여서라도 문제적 인물이 부각되도록 과감하게 편집하고, 영숙과 광수의 갈등이 폭발했던 랜덤 데이트 사건이나 상철이 만취 상태에서 영자와 영숙에게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집착한 마지막 밤 등 자극적 장면을 전면 배치하고, ‘경각심’ ‘조급해하지 말고’ ‘테이프 깔까?’ ‘나니까’ 등 감칠맛을 더하는 명대사(!)들을 곳곳에 첨가했다는 면에서 그렇다. 또 어떤 면에서는 홍상수 감독 영화의 드라마 버전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욕하면서도 결국 보게 되는 중독성이 막장 드라마를 향한 중독성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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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말들> 저자. 재미있게 본 드라마와 드라마보다 더 흥미로운 세상에 관해 수다 떨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싶어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되었고 자유기고가라는 '부캐'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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