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할머니와 할미의 본질은 사랑이었다.

나철여
나철여 · (나)를 (철) 들게 한 (여)러분
2023/06/15
주중 할미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한 날은 24개월을 갓 지난 손자, 민준이가 태어 난 날과 같이 간다.
민준이는 온통 할미의 기쁨덩어리이다. 어쩌면 한 맺힌 결핍덩어리인 할미에게는 더없는 치료제이고 비타민이다. 눈만 뜨면 재롱이 늘어나는 민준이의 귀여움은 할미를 춤추게 한다. 미국 간 딸도 거의 매일 조카 민준이와 영상통화를 한다. 고모랑 페이스 톡을 하는 동안 손자는 절대 집중이다. 아직 말은 못하지만 그 표정만은 고모를 녹이고도 남는다. 
그 고모가 자랄 땐 군데군데 애정결핍으로 뭉쳐있었다. 엄마의 사랑보다 할머니의 편견이 더 크게 자리잡았고, 그 흔적은 오빠에게까지 전가되었다.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빠가 없었으면 하기도, 가끔 할머니가 없어졌으면 하기도 했다.

악순환된 딸의 애정결핍, 그 시작은 어디였을까.
아들과 딸은 연년생이다. 둘은 잘 놀다가도 싸우면 둘 다 헐크가 된다. 여기에 불붙히는 할머니가 어김없이 등장해 손자편만 든다. 어릴 적부터도 엄마가 없는 시간엔 할머니의 손자사랑은 더 유별났다. 가끔 이성을 잃기도 한다.
"맨날 오빠만 생각하고, 내가 산 사탕까지 몰래 훔쳐서 오빠한테 주고, 내가 다 아는데 할망구가 거짓말까지 했어."
어느 날, 딸은 화가 단단히 나 있다.
그 때가 국민학교 6학년이었던 딸은 불만이 생기면 유일하게 사탕으로 풀었다. 사탕 못 먹게 한 엄마 몰래, 자기 방 책상밑에 숨겨 놓은 사탕을 시어머니인 할머니가 몰래 빼서 손자에게 주었던 거다. 입에 넣었던 사탕까지 오빠한테 빼앗긴 느낌이었을 딸의 심정을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딸과 같은 방을 쓰는 것부터 할머니랑 시시콜콜 다툼이 끊어지지 않는다. 

시어머니와 철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세대차, 성격차, 자라 온 환경 차이 이 세 가지만 해도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래도그렇지, 데려 온 자식처럼 손자와 손녀를 드러나게 차별하는 건 철여도 화가 치민다. 한두 번이 아니다. 딸은 오죽하랴 싶어 어머님이랑 다투고 나면 늘 가슴 아팠다.
홀로 된 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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