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끝, 다시 일상으로

림스
림스 · 여행에서 얻은 것들을 글로 씁니다.
2022/05/30
자전거 여행 마지막 날이니 걱정 없이 술을 들이켰다. 바다에 어둠이 깔리고, 술이 들어가자 우리 각자 개인적인 자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술자리의 대화란 것이 그렇듯 주제가 휙휙 바뀌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둘을 잘 알고 있기에 전화를 하신 것 같다. 내 아이폰을 대호에게 주고 전화를 받으라고 손짓했다.

"예! 아버님!"

대호는 한동안 통화를 하고 준섭을 바꿔줬다. 준섭도 아버지와 통화를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나와 짧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희랑 만난다고만 하면 꼭 전화를 하셔..."

"그래도 전화 올 아버지가 있는 게 어디냐." 대호가 말을 했고, 이어 준섭도
"그니깐. 우린 그런 전화 못 받는다야"라며 이어갔다.
"야야...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냐..."라고 말을 했다. 그들의 말속에 메마른 슬픔이 깃들어져 있었다.

대호는 스무 살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어릴 적에 집을 나가시고, 다 커서 온 연락이 위급하다는 연락이었다. 지방에 있는 대호는 새벽에 부랴부랴 짐을 싸 인천으로 올라왔지만, 아버지의 마지막을 못 보고 보내드렸다.

한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호와 준섭 포함하여 총 5명. 여행을 계획했었다. 스무 살의 여름. 이 뜨겁고 찬란한 시기를 즐기기 위해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 펜션을 예약했다. 여행 가기 며칠 전, 방학이었던 나는 늦은 아침에 눈을 뜨고 카톡을 확인했다. 부고 소식이었다. 친한 친구의 부모님 부고 소식을 처음 받아봤기에 적잖이 당황했다. 대호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고, 그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소만 카톡으로 남겨줘. 내가 애들한테 연락할게."
"고맙다."

친구들에게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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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캐나다 소도시인 '스쿼미시' 라는 곳에 살면서 얻은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씁니다. 종종 여행을 다니면서 건진 소중한 경험 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찬찬히 음미하시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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