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렛미인> 어떤 살인마의 기원

허남웅
허남웅 인증된 계정 · 영화평론가
2024/03/26
맷 리브스 감독의 <렛미인>(2010)은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2008년에 연출한 동명 영화의 팬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꽤 괜찮다. 원작 영화의 너른 우산 하에서 완전하게 발을 뺀 것은 아니어도 배경이 1983년 미국의 로스앨러모스로 이동하면서 맷 리브스 버전에는 왕따 소년과 흡혈 소녀 간의 좀 더 흥미로운 관계의 이면이 생성됐다. ‘미국의 슬래셔 살인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맷 리브스의 <렛미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영화와 구별되는 ‘독창성’을 획득한다. 

신화인가, 장르인가?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 마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가운데 열두 살 소년 오웬(코디 스밋-맥피, 원작의 오스칼)은 오늘도 눈 덮인 마당에서 쓸쓸한 하루를 보낸다. 학교에서는 왕따당하고 아빠와 이혼 수속 중인 엄마는 밤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몰래 이웃집을 훔쳐보는 동안 동년배로 보이는 소녀가 옆집에 이사 온다. 그녀의 이름은 애비(클로이 모레츠, 원작의 이엘리). 그녀를 맘에 들어 하는 오웬과 다르게 애비는 경계하듯 그에게 거리를 둔다. 사실 애비는 뱀파이어인 까닭에 정체를 숨기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오웬을 멀리하기가 힘겹기만 하다. 더군다나 애비의 ‘아버지’(?)로 보이는 토마스(리차드 젠킨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외톨이가 된 그녀는 적극적인 구애로 오웬과 몰래 사랑을 키워간다.  

간략하게 내용을 살펴본바, 맷 리브스의 <렛미인>은 원작 영화와 큰 틀의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홍보사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원작 소설 <Lat Den Ratte Komma In>에 더욱 충실한 오리지널이라고 누차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의 마지막, 수영장에서 벌어지는 학살의 순간에 대해 원작 영화와의 유사성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대신 맷 리브스는 토마스 알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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