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준비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14
물이랑 먹을 걸 많이 가져가야 해. 솔뫼는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절키, 절키를 사야 돼. 하도 절키 절키 노래를 부르길래 과자 같은 거냐고 물었더니 육포라고 했다. Jerky, 형용사로는 덜컥거리는, 명사로는 육포. 동사형은 Jerk, 홱 움직인다는 뜻. 힙합 크루 저스트 절크Just Jerk의 이 절크가 그 절크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그 절크는 흑인 속어로 춤을 뜻한단다). 오늘도 이렇게 영단어 하나를 익힙니다. 

내 영단어 지식이 +1 되는 동안에도 솔뫼는 장보기에 열심이었다. 육포는 막대 모양과 납작한 모양, 맛도 다양하게. 물은 1갤런짜리로 두 통(1갤런이면 약 3.8L), 아니다, 채가 물을 많이 먹으니까 한 통 더 사자. 아, 맞다, 이걸 빼먹으면 안 되지. 이거 두 개 사고…… 솔뫼가 고른 이건, 바게트 조각과 햄, 치즈가 함께 담긴 런치팩.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세트가 얼마나 활약하였는지는 나중에 말하기로. 

나 이거 사도 돼? 운전하는 동안 입 심심할 때 먹으면 좋아. 솔뫼는 자기 돈 주고 자기 먹을 거 사는데도 내 의견을 꼭 물어본다. 님 마음대로 하시옵소서. 딱 봐도 얄궂은 맛일 것 같은 사탕과 카라멜 봉지를 집어 들고 신이 난 솔뫼가 팝코너, 팝코너도 사야 해! 하면서 과자 코너로 달려가더니 거의 상체 크기만한 과자를 두 봉지나 가지고 왔다. 이거 엄청 맛있어, 채도 좋아할 거야! 그래, 네가 맛있다면 나도 맛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큰 걸 두 봉지나. 1+1이란다. 그럼 사야지.      

이곳에서 장은 2, 3일에 한 번 꼴로 본다. 가까운 작은 스미스에 제일 많이 가고 중간 스미스, 큰 스미스에는 한 번씩, 트레이더조도 가끔, 홀푸드는 가격에 비해 품질이 애매한 것 같아 한 번 가고 말았다. 솔뫼는 내가 머무는 동안 코스트코를 가보고 싶다고 벼르고 있는데 한국 코스트코의 규모와 정신 사나움에도 질렸던 나는 미국 코스트코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 여전히 마음의 준비 중이다.  

장보기 품목은 거의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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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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