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꿈 이야기 - '매달린 남자'

안주영
안주영 · book editor & writer
2024/04/15
낯설면서도 친숙하고 평범하면서도 다채로운, 그래서 관광객의 시선을 쉼 없이 잡아 뺏는 홍콩의 거리에서 언제부터인가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한 남자가 내 걸음의 목표가 되었다.

그는 긴 사다리가 걸쳐진 기둥 끝에 올라 거리의 끊임없는 소음에도, 밀려왔다 밀려가는 인파에도, 가끔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영문 모를 자신만의 움직임으로 나부끼고 있었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그가 아래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기둥 끝에서 어딘가를 한참 응시하던 그는 마침내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기둥 근처에 다가갔을 때 그는 자신의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알아챘다. 어린 시절에 영화에서 자주 보았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었던, 특...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 <간밤의 꿈 이야기> <한국현대소설 이야기> <한국고전문학 이야기>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 <한국 현대문학사를 보다> 등을 썼습니다. 📚 <독도박물관 이야기> <한국사를 보다> <서양미술사를 보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등 130여 종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11
팔로워 14
팔로잉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