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베다니로 가는 길(6): 교회는 교회의 길을 걸어야…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4/05/01


교회로 가는 신작로 옆, 논에는 벼 잎사귀가 노르스름하고 이삭은 제법 머리를 숙이고 있다. 이제 확연한 가을이다. 명호가 길 가장자리로 걸어가자 풀 섶에서 웅크리고 있던 참개구리 한마리가 오줌을 ‘찍’ 싸고 논으로 달아났다.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간 미루나무에서 매미들이 아침부터 애를 써며 울어댄다. 햇볕에 신작로 길이 달구어지면 나무 그늘은 하늘 차양(遮陽)이 되어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바람이 불자 미루나무 이파리가 뒤집어지면서 하얀 등이 비늘처럼 떨고있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길에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간혹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예배당으로 가는 신자들만 한두 명 보인다. 처서가 몇 일전 지났으니 아침 저녁으로는 바람이 선선한 게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게 분명하다. 들바람이 지나가자 누런 빛의 벼가 거대한 파도처럼 몸을 숙였다가 일어나고 일어난 벼가 다시 서로 기대며 출렁인다. 강둑에 올라서니 강바람이 비릿한 강물 냄새를 머금고 불어온다. 물속의 은빛 피라미 냄새 같기도 하고 돌 틈에 붙어있는 거무스름한 다슬기 냄새 같기도 하다. 강가에는 흰 왜가리들이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먹이를 부지런히 찾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도 인기척에 놀라지도 않는다. 명호가 팔을 흔들면서 “훠이이...”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자 그제야 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할부지예! 
이 다리를 사람들은 왜 ‘배다리’라고 부릅니꺼? 
또 어떤 사람은 ‘앉은뱅이 다리’라고 부르고예?”
김치성의 손을 붙잡고 가던 손자 명호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응! 이 ‘배다리’는 왜정(倭政) 시절에 일본 사람들이 만든 다린데....이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이 강을 건넜지! 나룻배를 대신해서 배처럼 강을 건넌다고 ‘배다리’라 불렀단다. 또 사람들이 이 다리를 ‘앉은뱅이 다리’라고도 부르는 것은 다리가 너무 낮아서 키 작은 앉은뱅이처럼 보인다고 그렇게 불렀단다.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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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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