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예술 작품
2023/06/02
여러분은 ‘공공미술(Public Art)’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건물 앞에 세워진 커다란 조각품부터 독특한 디자인의 공원 의자, 혹은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까지, 공공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셨을 겁니다.
이처럼 공공미술은 범위가 넓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작품이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술적이면서도 장소적 맥락에 잘 맞아 사람들에게 심미감과 편안함을 준다면 공공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오늘은 공공미술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바로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기울어진 호(Tilted Arc)>인데요, 철거되기까지 길고 긴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에게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긴 작품입니다. 예술 작품이 법정까지 가는 일은 흔치 않은데, 이 작품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어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 바로 살펴보시죠.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는 1981년 ‘건축 속의 미술’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맨해튼의 연방정부 청사 앞 광장에 설치된 작품입니다. 1979년 미국 연방조달청은 제이콥 제비츠 빌딩 앞의 광장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기를 원했고, 절차를 거쳐 리처드 세라를 작가로 선정합니다.
보행로를 가로질러 설치될 <기울어진 호>는 현대미술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어요. 공공미술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공용 공간에 설치되기 때문에 누구나 향유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세라는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연방광장에 커디란 설치 작품을 놓을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완만한 ‘호’를 설치해 광장을 걷는 사람들을 둘러싸는 동시에 거리로부터 법원 건물 쪽으로 보이는 풍경을 차단하여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만들려고 의도했다.” - 리처드 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