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ㅣ 그가 말하길, 복사꽃 본 지 오래되어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12

 
복사꽃을 본 지 오래되어서 다음해 맹무살수의 고향에 갔다. 하지만 그곳엔 복사꽃은 없었다. 복사꽃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떠날 때에야 깨달았다. 복사꽃은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 그녀의 눈물을 보고 나서야 황약사가 날 찾아왔던 이유를 알았다. - 동사서독, 구양봉(장국영)의 독백 中
 
 


왕가위 영화 가운데 제일 많이 본 영화는 << 아비정전 >> 이었다. 40번 넘게 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질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연애 기간이 4년 차에 접어든 연인들이 느끼게 되는 권태와 닮았다. 40번 넘게 보다 보니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자 결정은 신속했다.
히틀러가 자주 사용했다는 입말을 빌리자면 : 얼음처럼 차갑게, 그리고 번개처럼 재빨리1 << 아비정전 >> 과 결별하였다. " 안녕, 아비정전 ! 개똥에 쌈 싸 드셔 ~ " 내가 보기에는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영화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작품은 << 화양연화 >> 였고, 완성도가 가장 떨어진 작품은 << 동사서독 >> 이었다.2  << 열혈남아 >> 와 << 아비정전 >> 으로 승승장구해서 자신만만했던 왕가위 감독이 사막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재앙에 가까우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왕가위 감독은.......  많이 당황하셨어요. 사막 한가운데 세트를 세운 지 어언 2년,  랭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으리라. 시나리오는 즉흥적으로 바뀌기 일쑤였고, 배우들은 영화를 찍으면서도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구양봉을 연기했던 양가휘가 황약사가 되고, 황약사를 연기했던 장국영이 구양봉으로 배역이 바뀌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선장이 길을 잃으니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누군가 말했다. " 왕가위 씨, 개똥에 쌈 싸 드셔 ~ "    출처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미루어 짐작컨대 배우 왕조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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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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