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2024: 12.07] 안개 자욱한 연못 위에서 부유하는 쪽배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12/10
오늘은 가슴이 부서질 정도로 아파 글을 씁니다. 덩달아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나약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왜 아프냐 물어도 정신이 맑지 못한 탓으로 이유를 말하기 힘듭니다. 명확하게, 두서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차갑게 몰아부치는 사람은 없지만, 힘들다고 하면 나도 힘들다는 말이 되돌아오곤 합니다.

저는 좋은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최근까지 어머니는 혼자 병원에 다녔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119 대원들이 제가 있음에도 어머니의 어눌한 말투에 짜증을 부리는 걸 보고 그 동안 어머니가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안 것이지요. 첫 번째로 그 사실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후로 함께 병원에 다녔습니다. 온갖 약을 다 복욕하고 있었더군요. 순환기질환계 담당 의사는 더는 치료할 게 없다며 앞으로는 오지 말라고 하면서 지역 병원으로 이관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어머니가 흉통을 호소할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적어도 가슴엔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되니까요. 그리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처음엔 많이 슬펐지만 견딜 만했습니다. 얼마 간은 글쓰기와 책읽기를 내려놓고 어머니 곁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외로웠을 어머니에게 죄스러워 잠시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띄엄띄엄 많은 말을 하셨습니다. 아직은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복잡한 말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잘 못합니다. 저는 잘 듣는 능력이 있으니 어머니의 어눌한 말투를 해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20년만에 이모를 어느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지금은 그 이모가 어느 정도 의지하고 있습니다. 연락처를 보고 연락을 하려니 연락할 사람이 없더군요.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혼자 잘 지내왔습니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10년만에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시도했는데, 왠지 전화를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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