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저편의 군상, 1인칭

방아
방아 · 시나 소설, 읽고 쓰기를 좋아합니다.
2024/12/02
호수 저편의 군상, 1인칭
♡♡♡


육중한 허리에 발밑까지 들어찬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산은 호수로 잠겨 들고
호수는 시야를 벗어나지 못한,
티 없는 하늘조차 삼키려 든다

남태평양의 저기압 전선에서 살아남은
물방울들
높아진 남해안 수온에 흡착되어
비린 바닷내를 떨군 증기 속 물방울들
성운으로 오르다 백운계곡에 쏟아내고
빗방울이 영글고 흩어지고
흐르고 쌓여 만들어낸 저 잔잔한 호수
심호흡을 멈추고
내리깐 눈을 들어 바라보는 저편
작디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이룬,
맑은 날의 호수는 무서운 게 없다

한여름의 타들어가는 고통에
메말라가던 가슴을 적시고 흘러내린,
너의 땀방울들이 모여 만든 호수는 지금 어디에 있나

한겨울의 모진 시련에
에이던 살갗을 베고 흘러내린,
너의 핏방울들이 흘려 이룬 호수는 지금 얼마나 너른가

한없이 작아지는 질문에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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