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우리의 자세
영화 ‘추락의 해부’
사실의 퍼즐 조각을 맞추다보면 진실이란 거대한 그림을 마주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하지만 진실을 담보할 만큼 사실의 퍼즐조각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또한 우리네 현실이다. 문제는 인간이란 존재는 어떻게든 그 부족한 퍼즐조각을 맞춰야 직성이 풀린다는 데 있다. 그래서 부족한 그 퍼즐조각을 경험치에서 우러난 추론이란 이름의 이야기로 대체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그렇게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실제론 사실의 퍼즐조각과 이야기의 퍼즐조각의 합으로 짜인 가상진실인 경우가 많다. 그 퍼즐을 완성해주는 결정적 퍼즐조각이 이야기일 경우 억측으로 판정 나는 경우가 많다. 또 사실의 퍼즐조각보다 이야기의 퍼즐조각이 많아지는 것이 바로 음모이론 아니겠는가.
2023년 칸 영화제 황금야자상 수상작인 프랑스영화 ‘추락의 해부’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실제론 허구의 추론에 토대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를 섬뜩하게 일깨워준다.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 산맥 지대에 위치한 소도시 그르노블의 외딴 산장에서 세 가족의 가장인 사뮈엘(사뮈엘 테이스 분)이 추락사한 시체로 발견된다. 최초 발견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열한 살 난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 분)과 그의 안내견 스눕(영화 초반 등장하는 요란한 연주곡의 원곡자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