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이 예매율 1위로 역주행하는 이유
2023/06/23
<엘리멘탈> 예매율이 1위로 올라섰다.
이번 주 개봉한 <스파이더맨>도, 천만 관객을 목전에 둔 <범죄도시3>도 아닌 개봉 3주차 <엘리멘탈>이 말이다. 나는 SNS에 짧게 <엘리멘탈>을 추천한 적은 있지만, 워낙 안 좋은 리뷰를 많이 봐서 1위 기사가 배급사의 과장된 홍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다. 오늘 하루 예매율 현황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예매율이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보다 늦게 개봉한 미국 첫 주 실적은 처참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뒤늦게 입소문을 탔으니 미국도 뒷심을 기대해보며 리뷰를 남긴다.
(아래 글엔 스포일러가 여기저기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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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을 봐주마!
내게 회사 퇴사 후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이런 말해도 될까? 비과학적인 이야기 아닌가?' 하는 자기 검열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내가 다닌 전 직장은 소위 과학 석학들이 강연을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강연 뒤풀이에선 석학들이 강연 때 못다한 과학 이야기를 했고, 다른 과학자들의 질문을 받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 보였다. 우아한 과학의 향연이었다. 다른 데 뒤풀이에서 항상 듣게 마련인 주변 험담이나 말뿐인 정치 비판을 듣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 번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어느 과학자가 뒤풀이에서 사주 앱을 연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 모인 7~8명의 사주를 한 명 한 명 봐주며 잘나가는 과학자가 왜 잘 나가는지 설명해주었고, 어느 활기찬 과학자는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 세심한 면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내 사주의 실체를 '목격'했다. 사주를 '오랜 역사로 검증된 정교한 통계'로 보는 과학자들이 많긴 하지만 당당하게 사주를 봐주는 과학자는 처음 만났기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날을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하고 있다.
갑자기 사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 <엘리멘탈...
2019년 김재아란 필명으로 SF장편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을 썼다. 과학과 예술, 철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잇는 걸 즐기는 편이다. 2023년 <이진경 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냈다. ESC(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 과학문화위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