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김영빈 · 사회과학 전반에 관심 많은 경제학도
2023/01/25
우선 농업인 출신으로서 불편한 일을 겪으셔서 유감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한국의 유통구조가 정말 기형적인지, 
한국 농산물가격이 비싼 게 유통구조 때문인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마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건 
부패 등 손실에 취약한 농산물의 특수성과, 
유통기능 및 유통서비스의 향상으로 인한 유통비용도 감안해야 하거든요.

언론과 정부에서 지적해 온 것과 달리 농축산물 유통마진과 유통효율성 문제는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오해를 받는 측면이 있다. 유통마진이 높다고 해서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라고 단정 지울 수 없으며, 유통단계의 축소가 반드시 유통구조의 효율화로 이어져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유통비용은 유통기능 및 유통서비스가 증가할수록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다양한 서비스와 고품질의 수요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유통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유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공, 선별, 포장, 수송, 저장, 마케팅)와 관련된 비용은 유통마진에 전가되지만, 소비자의 효용이 증대되므로 유통비용이 증가한 것만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유통효율성을 가진 선진국의 경우에서도 경제 발전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높아져 유통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소비자 가격 중 유통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7.3%(일본), 72.6%(미국)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한편, 유통이윤 부분에서 유통단계를 축소한다고 해서 유통마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유통단계상의 누군가가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단지 상품의 특성상 단계마다 분산되었던 가격위험 및 재고부담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도 어느 수준 유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통마진은 쉽게 축소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가격도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통효율성 문제를 논의할 때 유통마진의 크고 작음은 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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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주제와 관점을 거론하려는 박사과정생. 의견은 다를지라도 대화하면서 많은 걸 배우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갖고 싶습니다. 이메일: ybk04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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