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진정 유통구조의 몰락을 꿈꾸는가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1/24

한국의 유통망이 얼마나 기형적인지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의 체감 속도가 터무니없이 빨라지고 있고, 그 이유를 찾아보니 과할 정도로 많이 거치는 유통 중개 수수료의 비율이 큰 탓이었다. 책임 소재를 따져 묻는 것은 기본적 사회 정서인데도 이번엔 명확히 ‘유통’의 문제라 함께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이 기괴한 현상을 타파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내겐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통의 개념이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구조에서 결과물의 전달로 이어지는 과정의 이해와도 같다. 당연히 이윤을 남기는 입장을 알고, 그럼에도 유통업체에게 꼭 필요한만큼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유통망을 모른 척 인정해오던 마음이 어째서 부정적으로 돌변하였는가.
로마, 이탈리아 (2022)
요즘 신규 광고를 보노라면 여전히 유통망의 비중이 적지 않다.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게 도리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정책이라는 건 시끄럽게 날뛰어야 바뀔테니. 새로운 소비 활로를 뚫으려는 업체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역시나 유통의 단순화다. 그러나 잠정적 고객들의 마음은 달갑지 않다. 현존하는 유통시장이 과포화 된 탓에 누군가가 추가로 진입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편리라는 명목 하에 개입한 업체들로 인하여 그간 얼마나 많은 추가비용이 지불되었던가. 카카오 택시나 배달의 민족 같은 기업을 보라. 기업의 무분별한 마케팅 속에서 정부는 이 사안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가 인지해야 한다. 소비자는 돌변하지 않았다. 앙금이 켜켜이 쌓였을 뿐.

유통의 이미지가 무너진 지금,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선택적 소비 뿐이다. 더 많은 판매처를 직접 알아보고, 생산자와 유통 구조가 짧은 곳을 선별하여 소비하게끔 노력하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찾은 구매처가 소비 비용에 대해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시간대비 효용이다. 유통을 직업으로 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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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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