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
2021/11/11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말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불문율의 룰처럼 여겨져왔다. 그래서 범죄자의 전후 사정을 알리는 기사를 쓰는 기자를 향해 기레기라는 멸칭도 으레 뒤따랐다. 그런데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존속살해 범죄자에게만큼은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불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의 사정이 딱해서, 우리 사회의 복지체계가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 벌어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거다.
심지어 최근 출범한 ‘전태일·이소선 장학재단’에서는 그를 1호 장학금 수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도까지 되면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어떤 범죄자에겐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 정도로 수정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의 이러한 논의 방향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도 그의 사정은 딱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서 떠난 엄마, 가난, 어린 나이, 끝을 알 수 없는 아빠의 상병은 그가 최악의 결정을 하는 배경이 되었을거다. 그런데, 1심과 2심 판결문을 보면, 그의 결정은 아버지 의사와도 무관했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도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서 살인을 선택했다고 보는 게 옳아 보인다.
살인이라는 게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사이코패스들의 살인이 아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