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하소연 - <운영전>이 말하는 사랑과 이별(7)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4/16
<운영전> (교보문고)

운영은 유교의 절대화된 이념을 거부하고 애정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다. 그러나 원귀가 되어 나타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함으로써 애정이 부정당할 만한 가치가 아님을 드러낸다. 
   
바닷물이 마르고 돌이 녹아 없어져도 이 마음은 없어지지 않으며, 땅이 늙고 하늘이 무너져도 이 한은 삭이기 어렵습니다. 오늘 저녁에 그대와 서로 만나서 이렇듯 진솔한 마음을 털어놓은 일이 전생의 인연이 없었다면 어떻게 가능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존경하는 그대가 이 글을 거두어 세상에 전하여 없어지지 않게 하되, 경박한 사람들의 입에 함부로 전해져 노리갯감으로 삼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래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애정의 가치에 대한 긍정이 원귀 출현의 등장 이유였다면, 위의 인용문은 <운영전>에서 원귀의 원한을 해소하려고 시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김진사는 자신들의 한은 삭이기 어렵다고 말함으로써 자신들의 원한은 결코 풀리지 않는 성질의 것임을 강조한다. 그만큼 원한이 깊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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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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