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컷 만화의 추억과 왈순 아지매 – 정운경 화백의 명복을 빌며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0/14
네컷 만화의 추억과 왈순 아지매 – 정운경 화백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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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죽기 전 우리 집에서는 국제신문을 봤는데 그 주인공의 이름은 ‘피라미’였다. 안기태 화백이 그린 만화였는데 박정희 시대가 가고 대머리 대통령 시대가 왔을 때 국제신문은 하루 아침에 없어졌다. 언론 통폐합이라고 했다. 권력이 신문사 방송사 문을 마음대로 닫던 시절이었다. 피라미도 없어지는가 했는데 국제신문이 합병된 부산일보에서도 시사만화의 명맥을 이어나갔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이름은 ‘어리벙’씨로 바뀌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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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와 함께 우리집에서 구독한 신문은 중앙일보였다. 고딩 때는 조선일보도 들어오긴 했다. 동아일보는 옆집에서 봐서 짬짬이 봤다. 역시 네컷 만화만큼은 빼놓지 않았다. 조선일보에서는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씨가 하나 남은 머리카락을 빛내며 종횡무진했고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의 ‘나대로’ 선생도 시의적절한 만평으로 나의 시사상식적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어쨌든 청소년기 내내 아침마다 봤던 네컷 만화의 주인공은 중앙일보의 ‘왈순아지매’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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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순아지매를 그린 건 정운경 화백이다. 어렸을 적 진돗개를 주인공으로 한 동물만화가 소년중앙에 연재되는 걸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게 정운경의 작품이었다. 어릴 적부터 익숙했던 그림체라서, 또 부산의 라디오 장수 프로그램 ‘자갈치 아지매’ (“일출봉에 해뜨거든 날 불러주오~~~”를 작사한 김민부가 연출했고 지금도 방송되는)를 하고한날 들으며 등교했었기에 왈순 아지매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봤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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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던 즈음의 왈순 아지매는 부자는 아니지만 꽤 당당한(?) 안방마님이었다. 물론 안방에 들어앉아 양반다리로 신문 보는 남편(?)이 있고 노상 걸레질만 하고 있긴 했지만 초창기에 비하면 꽤 신분상승(?)을 이룬 캐릭터였다고 한다. 60년대의 왈순아지매는 당시 웬만큼 사는 집 도시 사람들이라면 두고 살았다는 가정부 (영화 <하녀>의 집주인은 교사였다)였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도시 서민층 주부로 바뀌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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