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버이날이 싫다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4/05/11

카네이션으로 부모를 향한 마음을 다 담을 수 있을까 ⓒ픽사베이
 

나는 어버이날이 싫었다.


어버이날은 대부분의 부모가 호강하는 날이었다. 이날만큼은 너도 나도 효자 효녀가 되어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마음을 가득 담은 카네이션과 손 편지는 최소한의 도리였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사랑의 말을 건네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버이날이 지나고 나면 다시 일상이 찾아왔다. 사람들의 평소처럼 분주한 삶의 모습 속에서 '어버이날 특수'의 유효기간은 고작 하루가 채 되지 않음을 느꼈다. 빛나는 하루 뒤에는 무덤덤한 364일이 있었다. 어떤 날의 감동이 유달시리 크다는 것은 평소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것이겠지.

어린 마음에 왜 굳이 어버이날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 잘하면 될 것을, 곧 시들어 버려질 카네이션을 사느라 분주했던 손들을 기억 한다. 꽃을 건네기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효도포인트'라도 적립되는 것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크게 말썽을 피우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내 기준에서- 부모의 마음을 크게 아프게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달라고 하지 않았고 음식을 가리지도 않았다. 부모가 시키는 것에 대부분 순종했으며,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학업에도 나름 충실했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니며 졸업과 동시에 취직,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았다. 이 정도면 나이스하지는 않더라도 평타는 친 삶이 아닐까.

없는 형편에 매번 형식적으로 선물을 사는 것도 싫었다. 카네이션보다, 형식적인 선물보다 용돈을 드리거나 필요한 게 있을 때 무언가를 드리는 게 더 실용적이라 믿었다. 어버이날이 되면 모두가 크든 작든 부모님께 선물을 주다 보니, 미처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던 날에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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