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그리고...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01/19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집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었다. 아랫마을에서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면 커다란 구슬 나무가 나를 반겨주는 ㄱ자 모양의 차분하게 앉은 집이 있었다. 구슬 나무는 마치 대문처럼 우리를 반겨주고 배웅도 해 주었다. 

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하나 있었다. 햇살이 따사로워지는 봄부터 증조할머니와 할머니는 늘 평상에 앉아 이것저것을 했다. 텃밭에서 나는 작물은 모두 그곳을 거쳐 어머니에게로 전해졌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물을 뿜어주는 수돗가가 있었고 넓은 마당이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마당 가장자리에는 철마다 바뀌는 농작물이 건조되고, 추수철이 되면 마당 깊이 그득하게 볏단이 쌓였다. 온 식구들이 모여 내 키의 몇 배가 되는 볏단의 타작을 했다. 타작 된 볏단이 쌀가마니로 변하여 곳간에 하나둘 쟁여지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어린 나조차도 배가 불렀다. 
   
마당에도 평상이 있었다. 여름날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을 즈음이면 논에 나갔던 할아버지가 돌아와 모깃불을 놓았다. 증조할머니는 대청마루에 앉아 어김없이 손을 쉬지 않았다. 뭘 그렇게 꼬물거리며 했을까. 어머니는 그제야 종일 집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바깥에서 놀고 있는 나를 불렀다. 면사무소에 다니는 아버지가 퇴근하는 시간, 평상에는 소박한 밥상이 차려졌다. 탱탱하게 영근 풋고추와 갓 솎아 내온 상추, 파릇하게 물오른 오이가 고추장과 된장이 적절하게 섞인 참기름 냄새 고소하게 진동하는 쌈장 옆에 자리를 잡았다. 유난히 쌈을 좋아했던 할머니는 호박잎이랑 깻잎을 무르지 않게 잘 데치고 젓국으로 만든 쌈장도 잊지 않았다. 파란 애호박이며 이것저것 나물들이 오른 상에는 갯가에서 시집온 어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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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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