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직면과 회피 대신.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2/11/01
10월 31일 새벽,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뒤 맞이한 핼러윈의 자정이 지나갔을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고, 얼마 뒤 한적한 주차장에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뇌졸중 전조 증상이 의심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올라온 길이었습니다. 새벽 공기는 꽤나 차가워진 상태였습니다. 아마, 대학병원이 지대가 높아 공기가 좀 더 차가운 것도 있었겠지요.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함께 응급실로 들어가시고 저는 주변을 조금 걸어다니기도 하고, 차 안에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였습니다. 응급실은 오랜만에 올라왔네요. 매달마다 들르다시피 하던 응급실을, 한동안 아버지께서 조금 안정이 되셔서 약 3개월 반만에 오게되었거든요.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4시가 되어갑니다. 자리에 누워 멍하니 강아지만 쓰다듬다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그리고선 월요일 하루는, 조금 많이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몸이 힘들어 그랬던 것인지, 오랜만에 마음을 써서 힘들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재되어있던 하나의 트라우마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누구나 하나쯤은 지니고 살아가는 트라우마,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극복보다는 회피의 방향을 선택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조금은 힘든 하루를 보내다 문득 나는 지금 '개인적인 트라우마'만을 직면한 것인지, '심리적 집단 트라우마'도 같이 직면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틀간 저는 회피하고 있었습니다. '이태원 사고'에 대해서요. 영상이 충격적이었던 것일까요, 혹은 너무나도 큰 피해에 놀랐던 것일까요. 아니면 자극적인 문구들을 사용하는 기사나 영상들에 분노하는 것이 벌써 지쳐버린 것일까요. 관련 글이나 영상 등을 접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인해 감정이 더 촉발된 것인지, 혹은 우려되고 있는 상황 중 하나인 '심리적 집단 트라우마'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응급실을 다녀온 뒤부터 관련된 영상이나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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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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