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다정한 마법 같았던 하루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09
솔트레이크시티에서의 첫 주말은 태국 음식 축제로 시작했다. 태국 음식 축제를 한다는데 가볼래? 솔뫼가 묻자마자 오케이!를 외쳤다. 태국도 좋아하고 음식도 좋아하는데 태국 음식? 그것도 축제를 한다고? 물을 것도 없이 오케이다.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채비를 했다. 평소라면 하느작거렸을 테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정해둔 일정이 많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축제 장소는 불교 사원인 왓 다마구나람Wat Dhammagunaram. 왓wat은 태국어로 사원. 
자동차로 30분 거리라길래 가까운 줄 알았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정확한 거리를 확인하니 집에서 25마일, 약 40km. 거리 감각이 없는 나를 위해 솔뫼가 서울에서 용인쯤 되는 거리라고 말해주었다. 찾아보니 시도, 카운티도 다르다. 솔뫼의 집이 유타주 솔트레이크 카운티 솔트레이크시티, 왓 다마구나람은 같은 유타주지만 다비스 카운티 레이톤시다. 

으앗, 멀잖아! 나는 자동차로 30분이라고 해서 대충 서울 홍대에서 광화문 정도의 거리를 생각했단 말이다. 서울과 이곳의 거리 감각이 같을 수 없다는 걸 전혀 몰랐던 것이었다. 이렇게 먼 줄 알았으면 솔뫼에게 장거리 운전이 괜찮겠냐고 물었을 텐데. 물으나마나 솔뫼는 괜찮다 했겠지만 그래도. 솔뫼는 이 정도는 미국에선 장거리도 아니라고 했다. 땅이 넓으니 확실히 시간과 공간 감각이 다르다. 미국에 사는 사촌도 자기 동네에서 솔트레이크시티까지 차로 8시간‘밖에’ 안 걸린다며 가깝다고 했다.      

축제는 왓 다마구나람 마당 잔디밭에서 열리고 있었다. 사왓디 카. 인사하고 들어서니 천막 아래 음식을 파는 좌판이 예닐곱 개, 작은 가설 무대에서는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아마추어인 것이 분명한 밴드가 음악을 연주했다. 그 음악에 맞춰 몇몇이 무대에서, 잔디밭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춤을 추다가 일하러 가고 노래는 부르다가 말다가 이 사람이 불렀다 저 사람이 부르고. 좌판에 선 사람들도 어깨를 들썩이고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승려복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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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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