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의 계절

김중혁
김중혁 인증된 계정 · 소설가, 계절에 대해 씁니다.
2024/04/05
photo by 김중혁
나는 뉴욕에 가본 적이 없다. 싱가포르에도 가본 적이 없다. 럼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럼주는 내게 종교 음악 같다. 2미터 길이의 책상에서 글을 쓴다. 2미터 길이의 책상은 정확히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의 구역은 각각 50센티미터이다. 왼쪽에는 연필과 종이를 쌓아두고, 오른쪽에는 마실 것을 쌓아둔다. 가운데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있다.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물을 마신다. 나는 런던에 가본 적이 있다. 가을이었고, 그즈음 런던의 날씨를 사랑한다. 파리에도 가본 적이 있지만, 런던의 날씨만큼 음습하지는 않았다. 뼛속 깊이 파고드는 습기와 함께 오후의 차를 마시고 나면 저녁이 찾아왔다. 

책상의 맞은편에는 기타가 있다. 기타를 바라보면서 내가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나는 기타를 칠 줄 알지만 상상 속의 장면만큼 잘 치지는 못한다. 그래서 늘 상상만 하고 실제로는 치지 않는다. 가끔 기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도 있는데, 그게 실제 들리는 것인지 환청인지는 분간하지 못하겠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클래식 연주를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케이블 텔레비전을 튼다. 소리는 나지 않게 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는 텔레비전을 빠져나오려고 갖은 애를 쓴다. 오페라를 볼 때도 많다. 여전히 소리는 듣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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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문서, Pages, Obsidian, Ulysses, Scrivener 등의 어플을 사용하고 로지텍, 리얼포스, Nuphy 키보드로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듣는데 최근 가장 자주 들었던 음악은 실리카겔, 프롬, 라나 델 레이, 빌 에반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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