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렵

김영우
김영우 · 페이스북 활동 중.
2023/12/30

 가을 무렵
 김영우
 가을 바람이
 여름의 여운을 넘기는 때
 여름 옷이 춥다 느끼는 때,
 여름은 늦었고
 가을도 늦었다.

 늦었다 느낄 때,
 나뭇가지에서 거꾸로 떨어진
 원숭이 두개골처럼,
 원래 금간 것이 마치
 홧김에 던진 수박처럼
 깨진 것이라 탓해 봤자,

 시간은, 일어난 뒤에 일어나는 것 그래서
 일어난 뒤에 일어나야지 왜
 떨어진 뒤에 일어나려 하느냐고

 원숭이가 떨어진 뒤에 떨어진 사실이
 말은 되지만 원래 조금 갈라져 있던,
 머릿속 뼈는 무엇이냐고 골수에 사무칠 만큼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봤지만,

 뼈 같은 저 나뭇가지가
 원숭이 몸까지 뒤집었을 리 만무해서
 죽은 원숭이가 자신의 수박이 깨진 이유를
 뼈가 작살난 머리통으로 뼈 같은
 나뭇가지가 작살냈다는
 작살난 거짓말을 해봤자,

 근본 본, 뿌리 근이 멀쩡한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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