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렵
2023/12/30
가을 무렵
김영우
가을 바람이
여름의 여운을 넘기는 때
여름 옷이 춥다 느끼는 때,
여름은 늦었고
가을도 늦었다.
늦었다 느낄 때,
나뭇가지에서 거꾸로 떨어진
원숭이 두개골처럼,
원래 금간 것이 마치
홧김에 던진 수박처럼
깨진 것이라 탓해 봤자,
시간은, 일어난 뒤에 일어나는 것 그래서
일어난 뒤에 일어나야지 왜
떨어진 뒤에 일어나려 하느냐고
원숭이가 떨어진 뒤에 떨어진 사실이
말은 되지만 원래 조금 갈라져 있던,
머릿속 뼈는 무엇이냐고 골수에 사무칠 만큼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봤지만,
뼈 같은 저 나뭇가지가
원숭이 몸까지 뒤집었을 리 만무해서
죽은 원숭이가 자신의 수박이 깨진 이유를
뼈가 작살난 머리통으로 뼈 같은
나뭇가지가 작살냈다는
작살난 거짓말을 해봤자,
근본 본, 뿌리 근이 멀쩡한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