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에게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고]
2023/04/09
콜름은 파우릭과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고, 쓸모없는 시간으로 느낀다. 콜름의 말을 들어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찾아온 감정이 아니라, 아일랜드 절벽이 층층이 쌓이던 그 이전부터 쭉 그래왔을 듯하다. 멈춰있는 듯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콜름도, 파우릭도 좁은 강의 물결처럼 휘몰아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사실 파우릭이라는 사람은 그다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 콜름은 당나귀인지 조랑말인지도 헷갈려 하는 제니의 똥에 대해 몇 시간 동안이나 떠들고, 오후 2시면 콜름과 하염없이 펍에 앉아서 기네스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정확한 나이가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는 결혼 적령기를 별다른 일 없이 흘려보내고, 마찬가지인 여동생과 같이 살고 있고, 심지어는 어렸을 때처럼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 동생이 "외로움"에 대해 질문하지만, 그런 질문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에게 별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 질문, 터무니없는 질문...
대체로 부정적이고, 회의적입니다. 지나 온 어제를 후회하고, 다가올 내일에 도리질을 치며 살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채로 살면서, 떠오르는 조각 같은 글들을 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