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2, 죄책감 VS 복수
2023/11/19
영화는 죽음에 기댄다. 너무 자주 기대어 죽음이 영화에 기대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다. 편집된 허구의 삶을 담은 영상 속에서 너무 많은 자들이 죽고 다친다. 웃으며 나눈 대화가 언제 유언이 될지 모른다. 각자의 목적이 있고 목적으로 향하는 루트를 막고 있는 모든 장애물은 제거된다. 예외는 없다. 뒷걸음치다 모르고 길을 막거나, 애가 아프다고 전화하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퇴근할 수 없던 어떤 사내(정준원)의 경우도 예외는 없다. 남의 인생 돌보는 사람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경우가 여기는 없다. 나 살자고 발악해도 단숨에 목이 날아가는 곳. 과거에 죽은 자들이 어쩌다 대화에 소환되어도 전혀 감흥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들 타인이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뭔가를 쫓고 있고 그걸 쫓다가 생이 파괴 당하고 그러다 판단력을 상실하고 그러다 뭐를 쫓고 있었는지 망각하고 그 대가를 자신의 목숨으로 치른다.
처음엔 자신의 선택과 결정, 주변의 희생이 정당해 보였다. 거악을 척결하는 일엔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자가 자신을 돕는 자들이었다. 원호(조진웅)는 생과 업의 목적이 일치할 정도...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