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배윤성
배윤성 · 에세이집 '결론들은 왜 이럴까'를 냄
2023/11/03
"내 나이 51세. 나는 삶의 끝자락에 서 있다. 나는 이불 속에 있던 몸을 침대 밖으로 빼냈다. 세상이 빙빙 돌고 다리는 휘청거린다. 침대에서 책상까지 오는 데 한참 걸린 것 같다. 꼿꼿이 앉아 있는 것도 힘에 부친다. 하지만 오늘 이 작업을 함으로써 내가 16년 동안 해온 일의 마지막을 정리해야 한다. ​

  나는 길고 긴 글의 마지막에 ‘끝, 더이상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 라는 말을 적어 놓았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더이상 그 어떤 단어도 쓰지 못할 것이다. 흐르는 시간은 기억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뿐이다. 최고의 감수성과 최고의 집중력으로 16년을 지탱해왔다. 그동안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나와 경쟁하고 싶었다. 내 글이 알아서 제 갈 길을 가도록 풀어놓느라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바쳤다. 어떠한 인생도 이처럼 온전히 한 작품에 바쳐졌던 적은 없을 것이다.
 
 
소설에 매달리기 전에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젊음을 만끽하는 즐거움에 사교계를 주름잡았다. 여자들은 눈짓 한 번에 무장해제 되어 나의 품에 안겼다. 나는 인간적 매력으로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것에 스스로 유혹당했다. 사람들 틈에서 유흥을 즐기며 아름다운 여성들과 관계를 복잡하게 하는 것에 몰입했다. 방탕한 생활의 한가운데를 지나왔을 때 문득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나이 38세였다. 그 때 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고민하다가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내가 살아온 인생 자체가 최고의 소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에 풍화되는 것 말고 시간을 이겨낼 것이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것이다. 시간의 위대함을 보여줄 것인 예술적 자아라는 밖에 없다는 자각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나는 쓰고 또 썼다. 죽음을 마주한 바로 그 순간까지. "

 1906년부터 1922년 장장 16년 동안 쓴 대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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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축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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