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수는 기본?

배윤성
배윤성 · 에세이집 '결론들은 왜 이럴까'를 냄
2023/11/19
예쁠 나이가 되어서인지, 살이 빠져서인지 딸은 오월의 장미처럼 화사해졌다. 얼굴의 윤곽이 드러나자 이목구비도 선명해졌다. 살과의 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엄마는 쌍꺼풀이 있는데 왜 나는 없어?”
거울을 들여다보던 딸이 시비조로 말했다. 

내가 어찌 알겠는가. 떡 빚듯 뱃속의 아이를 조물딱거려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너’는 내 딸이 아닐 것이다. 만들어진 대로 낳은 죄밖에 없는 나에게 뻑 하면 화살이 돌아온다.

“너는 나를 안 닮고 누굴 닮은 거야?”
“아빠 닮았나부지. 어쨌든 이렇게 낳았으니까 쌍꺼풀 만들어 줘.”

낳아준 것만으로 황송해하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내 쌍꺼풀 유전자가 남편의 홑꺼풀 유전자에 밀린 것이니 어쩌랴. 

“쌍꺼풀 없어도예쁜 눈인데 뭘 그래?”
“단춧구멍 눈이 예쁘다는 거야?”

나는 딸의 눈을 보며 단춧구멍처럼 작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눈이다. 웃을 때는 반달처럼 곡선을 그리는 눈이 귀엽기까지 하다. 평범한 눈을 단춧구멍 같은 극단적 예를 들어 어미의 죄책감을 자극하려는 것인가 보았다. 

“쌍수(쌍꺼풀 수술)는 기본이야. 안 한 사람 한 명도 없어.”
그러고 보니 이미 할 사람들은 다 했다. 그녀 주변은 물론이려니와 내 주변에도 홑눈은 없다. 어느새 쌍수는 대한민국 여성의 필수 템이 되어버렸다. 상대적 박탈감이 이 경우에도 적용된 것일까. 자식이 외모 콤플렉스 운운하니 어미는 또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아빠한테 말해봐.”
쌍꺼풀이 있는 나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남편은 자신의 눈과 딸의 눈을 한참 들여다 보더니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병원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딸은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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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축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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