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킹덤을 지웠다 깔며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6/27


(2021년 3월.)

장안의 화제인 '쿠키런 킹덤(쿠킹덤)'을 벌써 네다섯 번 지웠다가 다시 깔아서 하고 있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지 그게 뭔 짓이죠? 라고 비난해도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 어차피 할 거면 계속 할 것을 뭐하러 지우고 깔며 우주의 한정된 에너지를 낭비했단 말인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진짜 변명을 하지 않으면 글이 나아가지  않을 테니 이 경위에 대해 이야기하자. 일단 설치한 이유는 내게 '남이 많이들 하는 게임은 일단 해보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재미있다면 나도 해볼까....'로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다. 가상 화폐나 주식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을 맛보는 데에는 딱히 돈이 들지 않으니까, 고작 그 정도의 품을 들여 소속감도 느끼고 최신 트렌드도 따라갈 수 있으면 뭐 그럭저럭 괜찮은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웠는가? 여기서부터 좀 요상한 얘기가 되기 시작한다. 나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은 지워버리는 습성'도 있다. 얼핏 들으면 '정말 사랑해서 헤어졌다'도 아니고 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싶지만, 여기에는 혼자서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자유직업자의 애환이 있다. 요컨대 너무 재미있으면 열심히 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말이다. 서른도 한참 옛날에 지난 마당에 고3 수험생처럼 그런 걸 신경 쓰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배움과 자기 관리는 평생 소홀히 해선 안 되고 '쉬운 쾌락'은 앞으로 더 경계해야 할 테니 괜한 부분에서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진 말자.......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하스스톤과 레전드 오브 룬테라, 매직 더 개더링 등등 재미있기로 정평이 났거나 개인적으로 큰 재미를 느꼈으며, 가만 놔뒀다간 한없이 붙잡을 게임들을 지우는 삶을 살아왔고, 결과적으로 '정신 없이 빠져들 정도는 아닌' 게임들만 즐비하게 깔고 가끔씩 건드려보는 어정쩡한 게이머가 되고 말았다.

쿠킹덤을 지운 이유도 지나치게 재미있어서 시간을 너무 빼앗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게임이 흔히 그렇듯이 주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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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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