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TAR] 변절의 본질은 외로움이다?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2/22
2022. 토드 필드. <타르TAR>

관전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여성주의 영화 정도로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는 차라리 그 정반대 지점에 있는 영화… 아니, 꼭 그렇게 볼 수도 없는 영화다. 이념에 국한하지 않고 본질을 파고든달까. 내가 아는 여성주의 문법과 전혀 다른 전개여서 초반엔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렸다. 어, 이래야 하는데, 왜 저러지? 이런 의문의 연속이 몰입을 크게 방해했다. 더욱이 정교한 영화다. 한 번 놓친 흐름을 되잡기 참 힘들었다.

“유리천장을 부순 여성이 되려 여성을 더 혐오하더라”는 말은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조직에서 성공한 여성은 여성보다 남성과 함께 일하길 바란다”는 말 역시 같은 맥락의 ‘클리셰’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으나(아니겠지?), 그 자리에 오르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게 되긴 하나 보다. 김대중, 노무현 씨도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나선 자유주의 행보를 이어갔다. 좌, 우가 중요한 게 아니다. 현실 감각이 중요한 거다, 뭐,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는 뛰어난 여성 지휘자다. 초반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업적을 이뤘는지를 감독은 ‘구구절절’ 보여준다. 무대 뒷편에서 마음을 졸이면서도 막상 무대에 나오면 그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좌중과 악단을 휘어잡는 모습은 시련을 이겨낸 성공한 여성 전형을 보는 듯하다.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케이트 블란쳇을 주연으로 특별 섭외한 감독의 의도가 바로 그럴 것이다). 그녀 앞에 고개를 숙이는 남자들의 모습은 뭇 여성들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냈을 것만 같다.
레지비언인 그녀에게 여성주의는 그렇게 낯선 개념이 아니다. 그녀의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의도적으로 몇몇 장면을 넣는다(그렇게 보였다). 다만, 그녀는 그 ‘편협한’ 이론을 뛰어넘었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소설도 씁니다.
101
팔로워 87
팔로잉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