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서 집필자들을 위한 변명
역사 문제가 엉키고 엉킨다.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이슈들이 나타나 논쟁 중인 이슈를 잡아먹는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비롯하여 광주의 정율성 역사공원, 백선엽의 간도특설대 활동, 윤미향 의원의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참석…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나는 여기서 이 이슈들에 대해 나의 개인 입장을 자세하게 ‘주장’할 생각은 없다. 이 땅의 내로라하는 논객들이 이미 다양한 팩트 체크와 입장을 내어놓은 터여서 더 보탤 새로운 그 무엇도 없거니와, 그럴 능력도 없다. 내가 여기서 한번 되짚어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은 바로 이 역사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대한 거다.
이 이슈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보자. 모든 사건의 행간에는 ‘일제강점기’란 ‘시간’을 담은 낱말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사건들의 공통분모인 ‘일제강점기’의 본질은 독립운동과 친일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2019년에 《100년 후에 다시 읽는 독립선언서》(창해 펴냄)란 책을 쓴 바 있다. 이때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역사적 이슈를 다루면서 적잖이 고민했던 문제의식이 있었다. 바로 이런 논쟁이 불가피한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분석과 비판의 ‘시간적 잣대’를 언제로 삼아야 할까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