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입센 수용과 젠더 문화의 특징

말랑파워
말랑파워 · 나는야 용소야 나만의 길을 가련다
2023/11/29
입센의 인형의 집 소설 초기 수용

한국의 입센 수용과 젠더 문화의 특징

187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울려나온, 노라가 ‘인형의 집’의 문을 닫고 나오는 소리는 곧 전 유럽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게 되었다. 아이를 둘이나 놔두고 여자가 집을 나간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적 사건이었다. 독일의 여배우는 결말을 수정하지 않으면 출연할 수 없다고 했고, 북유럽의 살롱에는 “인형의 집은 말도 하지 마라!”는 표지가 나붙었다. 인형을 인간으로 변모시키는 노라 바이러스가 ‘신여성’이라는 새로운 인종을 숙주삼아 식민지 조선에 도달한 것은 1920,30년대였다.

1920,30년대에 매체에 발표된 입센에 관한 논의는 약 110여 편에 달한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에 이입된 400여명의 작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번역,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당시 비평에 필적할 정도이다. 그러나 입센 논의는 기본적인 사항에서도 수다한 오류로 점철된 그의 생애 및 작품, 그리고 그에 대한 소략한 감상을 가외로 하면, 거개 여성문제와의 관련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 부인해방, 부인운동, 성적도덕, 성적관계, 인형의 가, 노라 등이 한국에서 입센을 수용하는데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이는 보다 완결된 형태의 번역 작업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1920,30년대 입센 소개 목적의 짧은 발췌역과 부분적 경개역, 그리고 공연을 위한 극본을 제외하고 매체에 연재되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된 4편 중 오직 한편 『해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형의 가』의 번역이다. 작품으로 ‘인형의 집’이 최초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21년 『매일신보』 1면에서였다. 번역자 양백화 스스로가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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