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오펜하이머?
2023/08/28
구조와 플롯 자체가 강력한 핵폭탄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보고 이동진 평론가가 쓴 한 줄 평이다. 아이맥스로 <오펜하이머>를 보고 왔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화면과 음악이 펼쳐지지만 시간대가 뒤섞인 영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는 조금 어려웠다.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시간순으로 보여주지 않고 이렇게 세세하게 쪼개서 섬세하게 재배치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번 보고 나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나는 <오펜하이머>가 이렇게 복잡한 구성을 띈 이유 중 하나는 오펜하이머의 비공개 청문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 시간에 달하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하이라이트는 크게 세 번 정도인 것 같다. 하나는 20억 달러를 들여 수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원자폭탄을 처음으로 실험하는 장면, 두 번째는 오펜하이머를 몰락시킨 주역인 스트로스의 인사청문회 장면, 그리고 맨 끝에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대화 장면.
영화 연출상에서, 또 관객으로 시청각과 정서적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면은 당연히 원자폭탄 실험 장면이다. 어쩌면 지구 대기를 모두 날려서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고, 어쩌면 아예 폭발하지 않아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극과 극의 상황에서 스위치를 누르자 사운드가 소거되면서 아이맥스 화면을 가득 메우는 폭발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어떤 사람은 육성으로 감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놀란 감독의 솜씨로 이런 하이라이트 장면을 극적으로 터뜨리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가 가장 고민했을 부분은 오펜하이머가 당하는 비공개 인사청문회라는 치욕이었을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영화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 장면이 오펜하이머의 인사청문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왜 그럴까? 보통 내가 봤던 영화에서 청문회 장면은 주인공이 최고로 돋보이는 마지막 카운터 펀치...
@정기훈 과학을 사랑하는 감독이고, 탁월함을 추구하는 감독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도 이번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린’ 순교자 오펜하이머라고 생각들더라구요. 너무 놀란의 사랑이 뿜뿜 들어가서 그런것 같아요
@이기원 까먹지 않으려고 생각날 때마다 복기하고 있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갑자기 제 이름이 등장해서 깜놀했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정기훈 과학을 사랑하는 감독이고, 탁월함을 추구하는 감독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도 이번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린’ 순교자 오펜하이머라고 생각들더라구요. 너무 놀란의 사랑이 뿜뿜 들어가서 그런것 같아요
@이기원 까먹지 않으려고 생각날 때마다 복기하고 있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갑자기 제 이름이 등장해서 깜놀했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