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이클립스하면 디카프리오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20
이클립스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배우다. 

어렸을 적부터 연예인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친구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들에 대체로 무감했다. 우리 오빠 너무 잘생겼어! 하면 그렇구나, 언니 너무 예쁘지 않아? 해도 그런가 보다……. 

아이들이 야간 자율 학습 시간마다 몰래 듣던 라디오 방송 같은 것에도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들으면 재미있긴 한데 광고가 자주 나와서 짜증났다. 몇 번 들어보려다가 광고 때문에 흐름 끊기고 요란한 광고를 들어야 하는 게 싫어 관두었다. 

그래도 공테이프로 좋아하는 노래 모음집을 만들어 본 적은 있다. 노래 녹음하려고 녹음 버튼 위에서 대기 타고 있는데 디제이가 멘트 치거나 노래 나오다가 광고 때문에 중간에 끊기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노래 테이프를 선물하기도 하고 친구의 삐삐 음성 메시지에 남기기도 했다. 아는 사람만 알 얘기다. 

여튼 그랬던 나도 좋아했던 연예인들이 몇 있긴 했다. 세 명 정도 떠오르는데 둘은 입에 담고 싶지도 않고 그나마 언급할 수 있는 이름으로 남은 이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나는 그를 영화 <타이타닉>에서 처음 보았다. 물론 그 존재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지만(책받침, 엽서, 잡지 이런 것들로. 이것도 알 사람만 알 얘기!) 디카프리오라는 배우를 제대로 본 건 그게 처음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영화관 앞에 넓적한 S자 모양으로 늘어서 있던 긴 줄.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그 사이에 친구들과 끼어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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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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