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없는 세계에서 구원 찾기 - 영화 <더웨일>

김모든
김모든 인증된 계정 · 모든 연결에 관심이 많습니다
2023/02/26

이 글은 영화 리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영화 <더웨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imdb



몸무게 272kg , 최고 혈압 238, 최저 134인 찰리. 
그는 40대지만 건강지표상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간호사인 친구 리즈는 그가 일주일 내로 사망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의 집은 늘 어두침침하다. 몸무게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여 집 밖을 나갈 수도 없으니 집은 감옥과도 같다. 찰리는 남자친구(그는 게이다)가 자살한 후 하루에 적어도 피자 2판 폭식을 하는 자학적 삶을 택했다. 아래로 가라앉은 그의 몸처럼 비극이 집안에 가라앉은 것만 같다. 이 세계에 누가 발을 들일 것인가. 구원을 꿈꿀 수 조차 없는 세계다.

구원.
구원이란 말을 우린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다. 누군가가 '너는 내 삶의 구원이야! '라고 말한다면 아마 다음날 그 '구원'은 도망가고 없을 것이다. 부담스러우니까. 대부분은 섣불리 누군가의 삶에 구원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신이 이 세계에 들어왔다.  

하지만 뒤돌아볼 때 우리 삶 어느 지점마다 구원들이 존재해 있었다.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준 전 남자친구 A도, 오래간만에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짝사랑남 B도, 참혹했던 순간 언제나 내 마음에 있었던 오랜 친구 C도 모두 구원이었다. 마치 찰리의 집을 꼬박꼬박 찾아주는 유일한 벗 리즈처럼, 그 의도가 선하지 않더라도 죽음을 앞둔 아버지 찰리를 찾아온 딸 엘리처럼.

또한 자신도 모르게 우리에게 작은 구원들이 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작은 구원들에게 '구원'이라 이름 붙이면 좀 부담스러워할 테니 한국식으로 귀인이나 복덩어리:)라 부르자. 내 경우는 첫 소설을 단숨에 읽고 하루도 안 되어 출판하라고 추천해 주었다는 인턴 A(난 이 분의 이름도 모른다), 내가 좋지 않은 상황일 때 불러주고 따듯한 말을 건네준 B와 C교수님도, 독립잡지 만들 때 디자이너가 되겠다 선뜻 자원해준 친구 C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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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재아란 필명으로 SF장편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을 썼다. 과학과 예술, 철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잇는 걸 즐기는 편이다. 2023년 <이진경 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냈다. ESC(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 과학문화위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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